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13층 복도에서
옆집 동생이 두 손에 새끼 고양이를 안고 나오는 장면을 마주쳤다.
복도에서 울고 있던 아깽이라며,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내보내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초겨울이 시작된 날이었다.
책임감 없이 집에 들이기엔
보내지 못할까 봐 겁이 났고,
그대로 두기에도 마음이 걸렸다.
그래서
달이와 별이가 있는 밥자리로
새끼고양이를 데려다 놓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선택이라기보다
잠시 마음을 피한 행동에 가까웠다.
내려놓자마자
아깽이는 자리를 벗어났다.
그때는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나 혼자만의 긍정 회로를 돌리며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그 회로는
바로 고장이 나버렸다.
다음 날 하루 종일
같은 생각이 반복되었다.
혹시
영역동물인 이 새끼를 기다리는 어미가
아파트 단지 안을 돌아다니고 있지는 않을까,,,
눈물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던 얼굴이 떠올랐다.
괜한 욕심을 부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일에 쉽게 집중할 수 없었다.
퇴근하자마자
달이와 별이가 있는 밥자리로 향했다.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
.
.
.
서둘러 도착한 밥자리에서
마주한 광경 앞에
나는 말을 잇지 못했고,
차디찬 바람을 맞으며
뜨거운 눈물이 연신 쏟아졌다.

몸집에 맞지 않는 커다란 집 안에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아깽이,,,
힘이 빠진 얼굴로
그저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오늘 하루가 고단했을까.
이 조그마한 생명을 앞에 두고
어떤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미안함이
죄를 짓는 감정처럼 느껴진 적이 있었을까,,,
그 생각으로까지 마음이 뻗어갔다.
너무 미안해서
미안하다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혹시
엄마가 널 찾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너무 내 마음만 앞세운 건 아닐까,,,
그날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고,,,
서둘러
캔에 물을 개어 먹이며,,,
한참 동안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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