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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이야기

갑자 이야기(2)

그날은
쉽게 답이 나지 않았다.

 
데려갈 수 없다는 마음과
그대로 둘 수 없다는 마음이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5년을 돌보면서
작은 책임감을이 쌓아 올려져
달이와 별이를 먼저 떠올렸고,
몇 달 뒤 함께 할  시간도 함께 생각났다.
 
지금의 선택 하나가
나중의 돌봄을 흔들지는 않을지,
괜히 더 계산하게 되었다.
 
그래서
데려오지 않고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출근 전과 퇴근 후
나는 같은 자리로 향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없을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람 마음이라는게 참 간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는 그렇게 울면서 미안해했는데
오늘 만약 보이지 않으면
너무 귀여워서 누가 주워가서 키운다고 생각해야할까?  괜히 자기방어도 해보고,,

그래도
막상 보이지 않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서서
유튜브로 고양이 울음 소리를 틀어
아깽이를 유인해
뭔가라도 먹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이중적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나조차도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사흘째
그렇게 나는 마음을 빼앗겼다.
그 귀여움에,,,

귀여워,,,,

안쓰러워,,,

 
또 귀여워,,
 
경국지색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더니
경국지묘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
빠져들다보니
 
같은 질문이 반복되었다.
두 마리나, 세 마리나  결국 같은 책임 아닐까.
 
지금 먼저 새끼를 키워두면 
나중에 달이와 별이가 왔을 때
조금은 더 자신있게 키울 수 있는 용기가 나지 않을까?
 
그 생각이
기준인지,
그저 욕심인지
점점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먼저 키워보자 결심을 했다.
내 인생에 고양이는 3마리인가 보다!..
 
마음을 정하니 일은 빠르게 흘러갔다.
 

아깽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손쉽게 포획 되었고

갑자기 내 인생에 나타난 고양이라
갑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날,,
통창 너머로
그 작은 몸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아시는 부동산 사장님이 입양하고 싶다는 말을 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숨고르기를 하며
안도와 미안함이 같이 올라왔다.
 
나는 삼고초려 끝에 결심했는데
어떤 누군가는 
이렇게 바로 마음을 내어주다니
 
나는 
왜 그렇게 고민햇을까,,ㅎㅎ

그렇게
나는 갑자를  좋은 집사님에게 보내주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마음 속으로 빌고있다.
 
그리고
나의 고민 때문에
찬바람 속에서 지냈을 
그 며칠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혹시
아직도 너를 찾고 있을지도 모를
갑자의 엄마에 대한 마음도 잊지 않으려 한다.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고
 
언젠가 또
내 인생에 갑자가
나타 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내 인생의 첫 '갑자'를 보내주며
나는 또 한 번
조금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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