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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갑자 이야기(2) 그날은쉽게 답이 나지 않았다. 데려갈 수 없다는 마음과그대로 둘 수 없다는 마음이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5년을 돌보면서작은 책임감을이 쌓아 올려져달이와 별이를 먼저 떠올렸고,몇 달 뒤 함께 할 시간도 함께 생각났다. 지금의 선택 하나가나중의 돌봄을 흔들지는 않을지,괜히 더 계산하게 되었다. 그래서데려오지 않고다음 날도,그 다음 날도출근 전과 퇴근 후나는 같은 자리로 향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없을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람 마음이라는게 참 간사하다는 생각을 했다.어제는 그렇게 울면서 미안해했는데오늘 만약 보이지 않으면너무 귀여워서 누가 주워가서 키운다고 생각해야할까? 괜히 자기방어도 해보고,,그래도막상 보이지 않으면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서서유튜브로 고양이 울음 소리를 틀어아깽이를.. 더보기
갑자이야기(1)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13층 복도에서옆집 동생이 두 손에 새끼 고양이를 안고 나오는 장면을 마주쳤다.복도에서 울고 있던 아깽이라며,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내보내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초겨울이 시작된 날이었다. 책임감 없이 집에 들이기엔보내지 못할까 봐 겁이 났고,그대로 두기에도 마음이 걸렸다. 그래서달이와 별이가 있는 밥자리로새끼고양이를 데려다 놓았다. 지금 생각해보면그건 선택이라기보다잠시 마음을 피한 행동에 가까웠다. 내려놓자마자아깽이는 자리를 벗어났다.그때는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나 혼자만의 긍정 회로를 돌리며그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그 회로는바로 고장이 나버렸다. 다음 날 하루 종일같은 생각이 반복되었다. 혹시영역동물인 이 새끼를 기다리는 어미가아파트 단지 안을 돌아다.. 더보기
언젠가 다시 따뜻해지기를 어두운 저녁,각자의 개성과 스타일로 지어진평화로운 전원주택 단지를 산책했다.골목 끝자락,가로등 불빛 아래 단단히 쌓여 있는 벽돌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단번에 알아봤다.저건 길고양이 급식소다.어떤 비바람에도 버텨낼 것 같은 형태.차곡차곡 벽돌로 쌓아 올린 그 모습은누군가의 길고양이에 대한 단단한 마음과 애정을보여주고 있었다.그렇기에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잠시 고개를 숙여 찬찬히 살펴보았다.안쪽을 들여다보니그 안은 오래 비워진 듯했다.사료도, 물도 없었다.그저누군가의 꺾여버린 마음만 남아 있는 것 같았다.분명 이 집을 지을 때는누군가 돌봄에 대항 진심과 의지가 담겨 있었을 텐데,그 마음을 꺾이게 만든 건 무엇이었을까.길고양이들이 더 이상 오지 않는 걸까.생각보다 주변의 민원이 많았던 걸까.아니면,돌봄의 .. 더보기
한솥밥의 거리 급식소에는언제나 익숙한 얼굴들이 있다. 손을 잘 타는 달이,중간쯤 손을 타는 별이,그리고 언제 봐도 꾀죄죄한 얼굴의 호랭이.가끔 점박이도 들르고,요즘엔 새로 나타난 새끼 수컷 한 마리도 있다. 달이와 별이를 중심으로 돌보다 보니달이는 사람 손길을 기다리는 고양이가 되었고,별이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낸다. 하지만 호랭이는 다르다. 밥시간이 되면 묵묵히 나타나한쪽에 앉아 우직하게 밥을 먹고는아무 말 없이 사라진다.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짠한 아이다.등치가 크고 험상궂은 외모 때문일까,쥐어터져 온 날도 많았다.밥에 항생제를 말아준 날도셀 수 없을 만큼,,, 그러다 어느 날,사진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장면 하나.같은 구조물 위, 양쪽 끝에 앉은 달이와 호랭이서로의 시선이 닿을 듯 말 듯,묘한 균형을 이루며 .. 더보기
어쩔수없는 마음 출퇴근길,잠깐 들러 아이들을 보고 가기도 하고사료를 채워놓고 가기도 하는 길.돌담 한 줄 사이로아파트 단지를 옆에 두고 있다.그 담을 넘으면경비 아저씨들의 이쁨을 받으며아이들이 놀고 쉬는 공간이기도 하고,작은 ‘담배 피우기 좋은 쉼터’가 있다.알맞게도,근처 고등학교 아이들이담배를 피우러 자주 모이는 자리이기도 하다.고양이가 있든 없든,쉼터 주변은 늘 꽁초와 쓰레기로 지저분하다.아무렇지 않게 뱉어진 침 자국들이바닥에 얼룩처럼 남아 있기도 하다.속이 상하고 화날 때도 있지만나는 사실,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을 봐도 아무 말하지 않는다.직접적으로 고양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굳이 부딪히지 않는다.내가 보지 못하는 순간,혹시라도 아이들에게 화풀이가 돌아올까 두려워서.쭈구리, 소심한 어른의어쩔 수 없는 마음이늘 .. 더보기
그럴거면 데려가서 키우지 아이들을 돌보며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다.“그럴 거면 데려가서 키우는 게 어때?”“그러게…”그저 건넨 쉬운 질문 하나가나를 깊은 생각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내 눈앞의 이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간다면길고양이에 대한 나의 관심이 사라질까?아니면,또 한 마리를 품게 되면내 마음이 더 편해질 수 있을까?생각은 길게 이어지지만,결론은 단 하나다.그럴 수 없다.순간의 안타까움으로 아이들을 데려온다면나는 결국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가 되어함께 불행해지는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애니멀 호더동물 학대 중 하나로, 자신의 사육 능력을 넘어서서지나치게 많은 수의 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가리킨다.불안한 상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은답이 될 수는 없다.내가 그릴 수 있는 미래는 다르다.서로의 곁을 지키며작은 관심.. 더보기
미안한 계절 밖을 나서기만 해도숨이 턱 막히는 더위가 밀려든다.쉽사리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요즘. 뽀얀 털을 입고 있는 너희들을 생각하면,곱절로 땀이 흐르는 것 같다. 사실,,너무 더워서아이들을 보러 가는 발걸음조차 망설여질 때가 있다.혹자는 그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을까? 망설여지는 마음을 녹여 내리고발걸음을 옮겨가면 풀숲 그늘 아래서조용히 체온을 식히고 있다가도이름을 부르면 꼬리를 세우며 다가오는 너희들. ‘오늘은 그냥 쉬어볼까?’ 했던 마음이너희를 보는 순간,부끄러움에 더 열이 오른다. 어떻게 해주는 게 좋을까.얼음팩을 가져가보기도 하고,깡깡 얼린 생수를 챙겨 시원한 물을 만들어주기도그늘이 드리워지는 집을 선물해주기도 했지만 이 모든 마음들이늘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애정어린 마음도 녹아내리는이 계절을 몇.. 더보기
나를 위한 돌봄이었다. 친구의 고양이를 며칠 돌보다가다시 보내던 날,아쉬움에 나답지 않게 눈물을 흘렸다.그때부터였던 것 같다.내 눈엔 고양이 렌즈가 장착되었다는 걸 느낀 건.하루 종일 사람을 응대하고말에 말을 더하는 창구 업무를 하던 시기,지친 나의 시야 안으로지금의 우리 ‘달이’가 들어왔다.바로 옆에 고양이가 있었다니.그렇게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니.그날 이후,내 점심시간은 조금 달라졌다.말을 건네지 않아도행복한 감정을 교감할 수 있는 존재들,고양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그렇게 내 옷에 붙어 다니는 하얀 털들처럼고양이들은 내 하루에말없이 묻어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조금씩돌봄이 시작되었고처음에는 따뜻한 눈빛 하나에도마음이 녹아내렸고,밥먹는 모습만 봐도 뿌듯했다.어떤 존재의 ‘생존’을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다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