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나의 길고양이 달이의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울음소리도 예사롭지 않았다.
“너 혹시 어디 아픈 거니…?”
천천히 빗질을 해주며 구석구석 살피다가
꼬리에 난 상처 하나를 발견했다.
그간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명한 상처였다.
보통은 사료통이 비어 있지 않아도
달이를 비롯한 아이들을 보기 위해 급식소에 들른다.
피부에 또 구멍이 나진 않았는지,
어딘가 불편한 데는 없는지,
빠르게 알아채고 조치하기 위해서.
하지만 이번 상처는 달랐다.
급히 사진과 동영상을 챙겨
동물병원에 들렀다.
“길고양이요~”
익숙한 말투의 카운터 직원의 부름에
나는 별 말 없이, 조용히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는 누군가와 다툰 흔적일 수 있다고 했다.
걱정할 틈은 없었다.
약을 챙겨 돌아오는 길,
그때부터 또 하루하루의 약 먹이기가 시작됐다.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오늘도 어제처럼.
사료에 약을 숨기고
오늘도 내가 너를 속일 수 있는지
조마조마한 마음을 스스로 보고 있자니…
내가 알고 있는 나와는 다른 모습에
웃음이 피식 나온다.
그렇게 반복되는 작은 순간들이,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나는 누구가의 감정을 알아채는 데 둔한 편이고,
남의 기분을 눈치채는 일에도 서툴다.
어쩌면, 관심이라는 감정에
본래부터 거리가 먼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울음, 눈빛,
걸음걸이 같은 작은 변화들이
가끔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신호를 읽고,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나가는 그 반복 속에서
‘내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고
낯선 나 자신을 조심스레 마주하게 된다.
결국,
이 모든 건 관심의 차이일까.
아니면,
관심이 자라나는 방향을
내가 배워가는 중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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