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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이야기

함께라는 사이의 온도


 
벌써 오년 째,

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캣맘이 있다.
 
몇 년 전,
업무 차 몇 번 마주친 적 있는 동갑내기 여자분이 있었다.
당시엔 그저 스쳐가는 인연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을 돌보는 장소에서 마주치게 되었고
함께 아이를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연스레,
"아이들 사진을 보낼 땐 서로에게 알려주자"
말 한마디가 오갔고
그 대화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애정이 담긴 사진 대여섯 장,
누가 왔는지, 오늘은 밥을 얼마나 먹었는지,
어디서 보았는지 같은
짤막한 이야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주고받는다.
사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우리의 관계는 늘 한 가지 이야기로 이어진다.

아이들을 돌보는 이야기.
그것만으로도,
관계는 충분히 단단해질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만약, 조금 더 가까웠다면
의도치 않게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다.
조금 더 멀었다면
이토록 오래 이어지진 못했을 것이다.
 
나는 직장인이고, 그분은 한 아이의 엄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방식은 다르지만,
방식의 다름은 마음의 크기를 재단하지 않았다.
 
이 관계의 균형 속에
자연스럽게 서로의 역할이 생겨났다.
그분은 급식소 주변을 정리하고
아이들이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나는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상처나 이상이 없는지 살피는 쪽에 더 익숙하다.
 
그렇게
서로의 방식으로 같은 마음 하나를 지켜나가고 있다.
누가 더 많이 했는지 따지지 않고,
누가 더 애썼는지 비교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 이 아이들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그걸 서로에게 나누는 사이.
사진 한 장, 짧은 한 줄로도
이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 하나가
신기하게도
우리의 마음의 온도까지 비슷하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알게 해준다.
 
그래서,
그런 관계가, 단 둘만의 일이 아니라
누군가와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조용히, 묵묵히 이어질 수 있는 마음들.
서로를 평가하지 않고,
재단하지 않는 거리에서
기록되고, 나눠지고, 쌓여가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고
 
미유로가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를 존중하며
돌봄의 방식은 다르더라도
하나의 마음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이어질 수 있는, 그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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