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일 오전,
바쁜 업무에 치이던 날이었다.
“급식소가 망가졌어요.”
분노에 찬 톤으로 전해진 메시지를 받았다.
사료통, 원목함, 물그릇까지.
이건 그냥 해코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그 순간엔 욕도 나오지 않았다.
화가 난 마음을 정돈하지 못한 채
곧장 달려가 급식소를 함께 정리하지 못하는
속상한 마음만 전할 뿐이다.
꽤 오랜 시간 이 동네에서
급식소를 돌봐왔지만,
이런 일은 좀처럼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누가 일부러 해코지를 했다면,
그 마음은 대체 어떤 것일까.
사실, 나는 그동안
숨어서가 아니라 드러내고 돌보는 쪽을 선택해왔다.
이 아이들이 숨어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길 위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밥 짬바(?)를 믿었고,
고양이를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들이
이 동네엔 분명 조금씩 늘고 있다고 느껴왔다.
물론,
그건 어쩌면 나의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항상 반대의 시선도 염두에 두었고,
주변 청소는 당연한 일처럼 해왔다.
그래서 더 충격이었다.
‘숨겼어야 했나? 괜히 드러낸 건 아닐까.’
그 생각들이 마음 안에서 꼬리를 물었다.
그런 생각들이 마음 안을 오래 맴돌았다.
흔들리다 말고,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왔다.
이 환경에서도 버텨내는 아이들을 생명력을 믿고
함께 돌보는 우리의 노력을 신뢰한다.
그 결과로 우리는
그보다 훨씬 많은 따뜻한 순간들을 만나왔다.
간식을 나눠주던 이웃들,,
고양이 이름을 기억해주는 아이들,
주말 아침이면 아이들과 함께 고양이를 구경하는 가족들,
등하교길 아이들의 호기심 섞인 질문들
그런 장면들이
내가 선택한 방향이
틀리지만은 않았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
“여기 고양이 있는데?”
이렇게 스쳐가는 말 한마디들이 모여
공존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렇기에
또 부서질 수 있는 급식소를 오늘도 달려가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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