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의 고양이를 며칠 돌보다가
다시 보내던 날,
아쉬움에 나답지 않게 눈물을 흘렸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 눈엔 고양이 렌즈가 장착되었다는 걸 느낀 건.
하루 종일 사람을 응대하고
말에 말을 더하는 창구 업무를 하던 시기,
지친 나의 시야 안으로
지금의 우리 ‘달이’가 들어왔다.
바로 옆에 고양이가 있었다니.
그렇게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니.
그날 이후,
내 점심시간은 조금 달라졌다.
말을 건네지 않아도
행복한 감정을 교감할 수 있는 존재들,
고양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내 옷에 붙어 다니는 하얀 털들처럼
고양이들은 내 하루에
말없이 묻어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조금씩
돌봄이 시작되었고
처음에는 따뜻한 눈빛 하나에도
마음이 녹아내렸고,
밥먹는 모습만 봐도 뿌듯했다.
어떤 존재의 ‘생존’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더 큰 위로였다.
그 위로가,
내가 느끼는 작은 무력감들을 덜어내고
생명을 돌보는 성취감들을 더해주었던 것 같다.
반복되는 회사생활의 스트레스
인간관계에 지친 나의 모든 것들,,
그 모든 것들을
아이들의 작은 울음소리와
무심한 듯 스쳐가는 꼬리 한 번이
묘하게 나를 안아주었다.
그래서
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주는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때로는,
내가 더 많이 받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는 지금도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어쩌면 여전히,
아이들을 통해 나를 돌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누가 누구를 돌본 건지 ㅎㅎ
그 힘들었던 시절을
너희 덕분에 버티고,
따뜻하게 추억하며
지금의 나로 걸어올 수 있어 감사한 마음뿐이다.
고마워 애들아.
'길고양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럴거면 데려가서 키우지 (2) | 2025.08.17 |
|---|---|
| 미안한 계절 (4) | 2025.07.07 |
| 지켜야 하니까 (2) | 2025.05.10 |
| 부서진 급식소 앞에서 (0) | 2025.05.06 |
| 함께라는 사이의 온도 (0) | 2025.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