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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돌봄기록플랫폼

언젠가 다시 따뜻해지기를 어두운 저녁,각자의 개성과 스타일로 지어진평화로운 전원주택 단지를 산책했다.골목 끝자락,가로등 불빛 아래 단단히 쌓여 있는 벽돌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단번에 알아봤다.저건 길고양이 급식소다.어떤 비바람에도 버텨낼 것 같은 형태.차곡차곡 벽돌로 쌓아 올린 그 모습은누군가의 길고양이에 대한 단단한 마음과 애정을보여주고 있었다.그렇기에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잠시 고개를 숙여 찬찬히 살펴보았다.안쪽을 들여다보니그 안은 오래 비워진 듯했다.사료도, 물도 없었다.그저누군가의 꺾여버린 마음만 남아 있는 것 같았다.분명 이 집을 지을 때는누군가 돌봄에 대항 진심과 의지가 담겨 있었을 텐데,그 마음을 꺾이게 만든 건 무엇이었을까.길고양이들이 더 이상 오지 않는 걸까.생각보다 주변의 민원이 많았던 걸까.아니면,돌봄의 .. 더보기
한솥밥의 거리 급식소에는언제나 익숙한 얼굴들이 있다. 손을 잘 타는 달이,중간쯤 손을 타는 별이,그리고 언제 봐도 꾀죄죄한 얼굴의 호랭이.가끔 점박이도 들르고,요즘엔 새로 나타난 새끼 수컷 한 마리도 있다. 달이와 별이를 중심으로 돌보다 보니달이는 사람 손길을 기다리는 고양이가 되었고,별이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낸다. 하지만 호랭이는 다르다. 밥시간이 되면 묵묵히 나타나한쪽에 앉아 우직하게 밥을 먹고는아무 말 없이 사라진다.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짠한 아이다.등치가 크고 험상궂은 외모 때문일까,쥐어터져 온 날도 많았다.밥에 항생제를 말아준 날도셀 수 없을 만큼,,, 그러다 어느 날,사진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장면 하나.같은 구조물 위, 양쪽 끝에 앉은 달이와 호랭이서로의 시선이 닿을 듯 말 듯,묘한 균형을 이루며 .. 더보기
어쩔수없는 마음 출퇴근길,잠깐 들러 아이들을 보고 가기도 하고사료를 채워놓고 가기도 하는 길.돌담 한 줄 사이로아파트 단지를 옆에 두고 있다.그 담을 넘으면경비 아저씨들의 이쁨을 받으며아이들이 놀고 쉬는 공간이기도 하고,작은 ‘담배 피우기 좋은 쉼터’가 있다.알맞게도,근처 고등학교 아이들이담배를 피우러 자주 모이는 자리이기도 하다.고양이가 있든 없든,쉼터 주변은 늘 꽁초와 쓰레기로 지저분하다.아무렇지 않게 뱉어진 침 자국들이바닥에 얼룩처럼 남아 있기도 하다.속이 상하고 화날 때도 있지만나는 사실,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을 봐도 아무 말하지 않는다.직접적으로 고양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굳이 부딪히지 않는다.내가 보지 못하는 순간,혹시라도 아이들에게 화풀이가 돌아올까 두려워서.쭈구리, 소심한 어른의어쩔 수 없는 마음이늘 .. 더보기
그럴거면 데려가서 키우지 아이들을 돌보며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다.“그럴 거면 데려가서 키우는 게 어때?”“그러게…”그저 건넨 쉬운 질문 하나가나를 깊은 생각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내 눈앞의 이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간다면길고양이에 대한 나의 관심이 사라질까?아니면,또 한 마리를 품게 되면내 마음이 더 편해질 수 있을까?생각은 길게 이어지지만,결론은 단 하나다.그럴 수 없다.순간의 안타까움으로 아이들을 데려온다면나는 결국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가 되어함께 불행해지는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애니멀 호더동물 학대 중 하나로, 자신의 사육 능력을 넘어서서지나치게 많은 수의 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가리킨다.불안한 상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은답이 될 수는 없다.내가 그릴 수 있는 미래는 다르다.서로의 곁을 지키며작은 관심.. 더보기
나를 위한 돌봄이었다. 친구의 고양이를 며칠 돌보다가다시 보내던 날,아쉬움에 나답지 않게 눈물을 흘렸다.그때부터였던 것 같다.내 눈엔 고양이 렌즈가 장착되었다는 걸 느낀 건.하루 종일 사람을 응대하고말에 말을 더하는 창구 업무를 하던 시기,지친 나의 시야 안으로지금의 우리 ‘달이’가 들어왔다.바로 옆에 고양이가 있었다니.그렇게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니.그날 이후,내 점심시간은 조금 달라졌다.말을 건네지 않아도행복한 감정을 교감할 수 있는 존재들,고양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그렇게 내 옷에 붙어 다니는 하얀 털들처럼고양이들은 내 하루에말없이 묻어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조금씩돌봄이 시작되었고처음에는 따뜻한 눈빛 하나에도마음이 녹아내렸고,밥먹는 모습만 봐도 뿌듯했다.어떤 존재의 ‘생존’을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다는.. 더보기
지켜야 하니까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5/04/27/20250427500095?wlog_tag3=naver 여느날처럼인스타그램으로이 동네 저 동네의 길고양이들을 구경하다가어느 날, 그 기사를 마주하게 되었다. 바로 그 피드를 눌렀지만동영상을 재생시키지 못했다.너무 충격적인 내용이라마음을 맞이할 준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일단,기사를 먼저 읽기로 했다.후,,한 줄, 두 줄씩 읽어 내려가던 중차오르는 분노를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손을 놓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내가 이걸 동영상까지 볼 수 있을까?’며칠 뒤,마음을 다잡고 동영상을 열었다.화면 속 개 입에 물린고양이는 처음엔 인형처럼 보였다.이리저리 내팽개쳐지는 모습이내 주위의 길냥이라고 인식되는 순간내가 아픈것 같아서 ,,.. 더보기
관심의 차이 어느 날,나의 길고양이 달이의 걸음걸이가 이상했다.나를 향해 다가오는 울음소리도 예사롭지 않았다.“너 혹시 어디 아픈 거니…?”천천히 빗질을 해주며 구석구석 살피다가꼬리에 난 상처 하나를 발견했다.그간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모습과는전혀 다른, 분명한 상처였다.보통은 사료통이 비어 있지 않아도달이를 비롯한 아이들을 보기 위해 급식소에 들른다.피부에 또 구멍이 나진 않았는지,어딘가 불편한 데는 없는지,빠르게 알아채고 조치하기 위해서.하지만 이번 상처는 달랐다.급히 사진과 동영상을 챙겨동물병원에 들렀다.“길고양이요~”익숙한 말투의 카운터 직원의 부름에나는 별 말 없이, 조용히 진료실로 들어갔다.의사는 누군가와 다툰 흔적일 수 있다고 했다.걱정할 틈은 없었다.약을 챙겨 돌아오는 길,그때부터 또 하루하루의 약 먹이.. 더보기
냥세권, 그 바깥에서 회사동료들과 한잔 모임이 있던 어느 날,동료 픽업을 위해 자주 가보지 않던 동네에 들렀다.그 때나를 가장 마음 아프게 하는 일 중의 하나를마주하게 되었는데그것은지나다니는 길고양이들의 걸음걸이와 그루밍상태를 보고이 동네는 냥세권이 아님을 알게 될 때이다.그렇기에,이렇게 냥세권이 아닌 동네에서꾀죄죄한 몰골로오늘 하루를 어떻게든 버텨보려힘겹게 거니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차마,, 그저 마음 아파하는 데에만 머물 수가 없다.바로 차에서 내려뒷자리에 있던 여분의 캔 사료와 항생제를 꺼냈다.그리고 오늘 하루만큼은,"내가 너의 근사한 한 끼를 책임져주는 날이야.“도망가지 않기를,,조용히, 애써 행복한 마음을 지니며 다가갔다.경계하던 아이도,배고픔에 이끌려 천천히 다가와 허겁지겁 먹었다.멀찌감치 쭈구려 앉아 그 모습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