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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부서진 급식소 앞에서 평일 오전,바쁜 업무에 치이던 날이었다.“급식소가 망가졌어요.”분노에 찬 톤으로 전해진 메시지를 받았다. 사료통, 원목함, 물그릇까지.이건 그냥 해코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그 순간엔 욕도 나오지 않았다.화가 난 마음을 정돈하지 못한 채곧장 달려가 급식소를 함께 정리하지 못하는속상한 마음만 전할 뿐이다. 꽤 오랜 시간 이 동네에서급식소를 돌봐왔지만,이런 일은 좀처럼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누가 일부러 해코지를 했다면,그 마음은 대체 어떤 것일까. 사실, 나는 그동안숨어서가 아니라 드러내고 돌보는 쪽을 선택해왔다.이 아이들이 숨어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에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길 위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밥 짬바(?)를 믿었고,고양이를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들이이 동네엔 분명 조금.. 더보기
함께라는 사이의 온도 벌써 오년 째,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캣맘이 있다. 몇 년 전, 업무 차 몇 번 마주친 적 있는 동갑내기 여자분이 있었다.당시엔 그저 스쳐가는 인연이라고만 생각했다.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을 돌보는 장소에서 마주치게 되었고함께 아이를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자연스레,"아이들 사진을 보낼 땐 서로에게 알려주자"말 한마디가 오갔고그 대화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애정이 담긴 사진 대여섯 장,누가 왔는지, 오늘은 밥을 얼마나 먹었는지,어디서 보았는지 같은짤막한 이야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주고받는다.사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우리의 관계는 늘 한 가지 이야기로 이어진다.아이들을 돌보는 이야기.그것만으로도, 관계는 충분히 단단해질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만약, 조금 더 가까웠다면의도치 않게 부담이.. 더보기
냥세권, 그 바깥에서 회사동료들과 한잔 모임이 있던 어느 날,동료 픽업을 위해 자주 가보지 않던 동네에 들렀다.그 때나를 가장 마음 아프게 하는 일 중의 하나를마주하게 되었는데그것은지나다니는 길고양이들의 걸음걸이와 그루밍상태를 보고이 동네는 냥세권이 아님을 알게 될 때이다.그렇기에,이렇게 냥세권이 아닌 동네에서꾀죄죄한 몰골로오늘 하루를 어떻게든 버텨보려힘겹게 거니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차마,, 그저 마음 아파하는 데에만 머물 수가 없다.바로 차에서 내려뒷자리에 있던 여분의 캔 사료와 항생제를 꺼냈다.그리고 오늘 하루만큼은,"내가 너의 근사한 한 끼를 책임져주는 날이야.“도망가지 않기를,,조용히, 애써 행복한 마음을 지니며 다가갔다.경계하던 아이도,배고픔에 이끌려 천천히 다가와 허겁지겁 먹었다.멀찌감치 쭈구려 앉아 그 모습을 .. 더보기
떡볶이, 오뎅, 옥수수 햇살이 따뜻한 날이었을까? ㅎㅎ시장 앞을 지나가다가 만난 떡볶이 오뎅 옥수수분식집 현수막 글자 밑에 나란히 앉아나른한 햇볕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니,자기 이름표를 알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비좁은 컨테이너 바닥 틈을 작은 안식처로 두고왔다리 갔다리~ 회사 주변을 거닐때마다 자주 보며조심히 잘 살기를,,, 마음속으로 빌어주었다.하나의 계절은 흘렀을 시간이 지나고“옥수수다!!!!“ 라고 외치던 팀장님의 목소리에조금 더 커진 옥수수를 만나게 되었다.떡볶이 일까?오뎅,, 아니 옥수수일까? 는 모르겠지만뭐가 되었든 오뎅의 자리에서 여전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너무나 반가웠다.아직 자기 궁둥이가 저밑에 들어갈 수 있다며우리의 관심에 궁둥이를 씰룩씰룩 쏘옥~ 들어가버렸다.다른 두 분식 친구들은 어디갔을까?.. 더보기
캣맘과 소개팅 3편(feat.Meowro의 시작) 3편. - 길고양이, 그녀와 나의 새로운 만남 즐거운 썸타임~~.우리는 점심을 함께 먹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데이트를 즐기는 끄트머리에 "고양이 보러 가실래요?"라고 말했다.나는 잠시 멈칫했지만, 동시에 그녀의 말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느 아파트 담벼락 앞에 작은 집이 두개보였다사람들이 잘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외진 곳에서그녀는 주위를 살피다가 작은 목소리로 "달아~! 달아~!"라고 외쳤다.나는 그 모습에 조금 당황했지만, 그녀의 눈빛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마치 놀이터에 자식들을 풀어놓고집에돌아가자고 부르는 모양새 같던 ㅎㅎ 몇번의 외침 끝에 "야옹~" 하는 소리와 함께하얀색 고양이와 치즈냥이 나타났다....반질반질한 윤기가 그 고양이들이 마치 .. 더보기
캣맘과 소개팅 2편(feat.MeowRO의 시작) " 남자라면 역시,, 나도 캣대디? "첫 만남 이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고양이 얘기를 하던 그녀의 눈빛, 그 순수하고 진심 어린 말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갖고 있던 ‘캣맘’에 대한 선입견은 이미 사라졌고, 오히려 그녀의 모습이 내게 점점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 남자라면 이제 나도 캣대디가 돼야 하나?” 이런 헛물켜는 고민을 하며, 내가 왜 이렇게 그녀에게 끌리는지 점점 더 알아가게 되었다. 카톡 반응이 그냥 그러하던 캣맘의 마음을 훔치려면 뭐든지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녀가 책을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서점에 가서 고양이 모양의 책갈피를 샀다 부담스럽지 않지만 센스있는 선물이라 스스로를 되뇌이며 그녀와의 두 번째 만남 준비를 마쳤다. 두 번째 만남, 조용.. 더보기
캣맘과 소개팅 1편 (feat. MeowRo 의 시작) "캣맘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하던 소개팅녀" 23년 10월의 어느 날오랜만에 잡힌 소개팅. 정신업는 외주개발건 때문에 그냥,, 큰 기대 없이 향했다.그런데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확실히 달랐다.키가 크고, 모델 같은 도시적인 외모를 가진 그녀를 보자마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잘 차려입고 스타일리시한 그녀가 나타나자, 나도 모르게 '이런 사람이라면 딱 맞는 사람을 만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그런데, 그녀가 "저 캣맘이에요"라고 말했을 때,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고양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였다."캣맘?" 나는 그 말에 한참 멍하니 듣고 있었다. 도시적인 스타일의 그녀와 고양이? 내 머리속에서 급작스럽게 일어난 이미지의 충돌!그렇게 고양이에 대.. 더보기